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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번호 없으면 한국인이 아닌가요

재외동포는 고국 방문 때 또 한 번 ‘인증’의 벽을 느낀다. 음식 배달부터 공연 예약 등 많은 서비스가 한국 전화번호를 요구해서다.   한국의 대표적 배달 앱인 ‘배달의민족’의 경우 회원가입 때 휴대폰 인증을 거쳐야 한다. 비회원으로 주문하려 해도 전화번호 인증을 요구한다.   전화 주문도 쉽지 않다. 해외 로밍을 이용하는 경우 미국에서 쓰던 번호가 그대로 유지돼 사업주들이 ‘스팸’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올해 여름 한국으로 여행을 다녀온 시민권자 A씨는 “한국에서 편하게 이용하려고 비싼 해외 로밍 요금제를 결제했는데, 전화하는 식당마다 받지 않아 당황했다”며 “알고 보니 미국 번호라 스팸이라 생각해 거부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공연, 식당 등 예약이 필요한 곳들은 엄두도 못 낸다. 뉴저지에 거주하는 B씨는 고국 여행 전 클래식 공연을 보고 싶어 알아보다가 결국 한국에 있는 가족에게 대신 예매를 부탁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공공 공연장인 예술의전당의 경우 회원가입 때 한국 셀폰 혹은 아이핀 인증을 거쳐야 한다. 그런데 아이핀을 발급받으려면 공동인증서가 필요하다.   B씨는 “보고 싶은 공연이 있어 인증에 인증을 거치다 결국 공동인증서가 없어 포기했다”며 “한국에 갈 때마다 가족들에게 이것저것 부탁하기가 참 민망하다”고 말했다. 이밖에 식당 예약이나 줄서기 앱 등도 한국 셀폰 인증을 요구한다. 결국 여행 기간 한국 번호를 개통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게다가 시민권자는 외국인용 선불폰을 개통해주는 업체를 찾느라 고역이다.   마침내 본인 인증을 마쳐도 결제가 된다는 보장은 없다. 업체에 따라 외국 카드 결제가 불가능한 곳이 많다.   자국 전화번호가 없더라도 웬만한 서비스는 이용할 수 있는 미국과 대조적이다.   음식배달 앱 우버이츠나 식당예약 앱 오픈테이블 등은 한국을 포함한 외국 번호로 가입할 수 있다. 뉴욕 대표 공연장인 카네기홀은 회원가입에도, 공연 예매에도 전화번호가 필요 없다.   B씨는 “한국인인 나도 이렇게 불편한데 도와줄 지인이 없는 외국인이라면 얼마나 힘들지 상상이 안 된다”며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가 된 기분”이라고 토로했다. 이하은 기자한국인 한국 한국 전화번호 전화번호 인증 한국 번호

2023-11-02

한국은 5분, 뉴욕은 일주일…‘본인인증’ 삼만리

#. 최근 한국에서 뉴욕으로 이주한 A씨는 아직 한국 전화번호를 유지 중이다. 한국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한국 번호로 ‘인증’해야 해서다. 한국과 미국 통신사에 이중으로 내는 돈이 아깝지만, 다른 방법이 마땅치 않다.   #. 영주권자인 B씨는 인터넷으로 가족관계증명서를 발급받으려다 포기했다. 한국 대법원 홈페이지에 제시된 11개 인증 서비스 중 B씨가 쓸 수 있는 건 하나도 없었다. 모두 한국 셀폰 번호가 필요했다.   2020년 12월 공인인증서가 폐지된 지 3년 가까이 흘렀지만, 재외동포의 불편함은 여전하다. 한국 셀폰이 없다면 공공·금융·민간에서 비대면으로 발급하는 모든 본인 인증서가 ‘그림의 떡’이다.   한국 번호가 없는 재외동포가 인증서를 받으려면 영사관에 직접 방문하거나 순회영사 기간 등을 노리는 수밖에 없다. 문제는 모두 평일 오후 일찍 종료하기 때문에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기자가 직접 공동인증서를 발급해봤다. 주뉴욕 대한민국 총영사관의 경우 평일 오전 9시~오후 3시 안에 방문해야 한다. 평범한 직장인이라면 휴가를 낼 수밖에 없다.   반드시 온라인 예약을 거쳐야 하는 점도 부담이었다. 공동인증서 발급 업무는 워크인이 불가한데, 접수일인 10월 20일 기준 가장 빠른 예약은 일주일 뒤인 26일이었다.   신청서와 개인정보 동의서 등을 출력·작성한 뒤 여권을 챙겨 영사관에 갔다. 서류는 금방 처리됐지만, 이걸로 끝이 아니었다. 이메일로 전송된 공동인증서 다운로드 주소에 접속하고 직접 컴퓨터에 설치해야 했다.   거동이 불편하거나 디지털에 친숙하지 않다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과정이다.   한국 번호가 있다면 어땠을까. 애초 공동인증서를 발급받을 필요가 없다. 네이버, 카카오 등의 아이디와 전화번호로 인증이 가능하다. 시중은행 계좌가 있다면 금융인증서를 발급받을 수 있다. 넉넉잡아 5분이면 된다.   수많은 재외동포가 소외감을 느끼는 지점이다. 이에 외국 이주 선배들은 이주를 앞둔 이들에게 “한국 번호를 없애지 말라”고 씁쓸히 조언한다.   뉴욕 이주 10년 차인 영주권자 C씨는 “한국엔 해외 체류자용 셀폰 요금제가 넘쳐난다”며 “한국 번호가 외국에서도 꼭 필요하다는 걸 모두 알고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어 “간단한 서류 하나 발급 못 해 발만 동동 구르는 사람이 주변에 널렸는데 인증문제는 수년째 답보 중”이라며 “이마저도 미국 시민권자라 인증서 발급이 안 돼 매번 영사관까지 가는 어르신들을 보면 안타깝다”고 털어놨다.   이하은 기자본인인증 일주일 한국 전화번호 한국 번호 한국 서비스

2023-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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